prologue. 시나브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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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서늘해진 날씨에 유연은 옷장 구석에 박혀있던 도톰한 외투를 꺼내 입고 집을 나섰다.

‘이 자켓 드라이도 못했는데-’

준비되지 못한 채 가을을 맞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스치는 바람이 괜시리 더 쌀쌀하게 느껴졌다.

‘어느새 가을이네.’

나뭇잎들은 시나브로 물들었을 텐데, 왜 문득 이리도 갑작스러운지. 코 끝을 스치는 가을 냄새를 맡으며 생각에 잠긴 유연이 지나가는 길에는 바스락바스락 가을 소리가 깔렸다. 유연은 어쩐지 쓸쓸해졌지만, 마냥 쓸쓸하다기엔 시원한 공기와 맑은 하늘, 울긋불긋한 단풍이 좋았고, 그대로 충만하다기엔 어딘가 공허했다.

‘올해도 이렇게 가는구나’

유연은 끝자락이 다가오는 게 아쉽다가도, 이만큼 또 한 해를 살아온 자신이 대견하기도 했다.

가을의 감정들은 바닥에 쌓인 나뭇잎처럼 겹겹이 쌓여 있으면서도 그 색이 모두 달랐다. 어떤 것들은 앞뒷면의 색이 다르기도 했다. 유연은 큰 단풍나무 아래 주저앉아 제각기 모양도 색도 다른 낙엽들을 하나둘씩 주워 담았다. 건조하던 콘크리트 바닥이 알록달록 물들 수 있는 계절이구나.

뻐근해진 다리를 펴고 하늘을 바라보자 가지에서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더니, 날아올랐다.


🖋감정: 시원섭섭, 대견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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