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위치에 연연했던 건,
어쩌면 내가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몰라.
하지만 가끔은 의심이 들기도 했어.
내 존재가 생각보다 너무 작게 느껴질 때도 있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이 들기도 했거든.
군중 속에서 무채색의 인간이 되어 모든 사람들이
나를 그저 스쳐지나가는 것 같은 무의미함을 느끼기도 하고 말이야.
그래서 전구가 오래되어
빛이 조금 약해졌다고 해도,
결국 스위치를 켜는 것은 나니까
괜찮다고 느껴졌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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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의미는 때로 너무 가볍게 느껴지기도 해.
한없이 가벼워서 금방 사라질 것 같다가도,
어떤 때는 너무 무겁게 짓누르기도 하잖아.
너의 한 마디는
가끔 증발해버릴 것 같은 나의 존재를 가만히 붙잡아줘.
내가 그저 옆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게끔 온기를 주기도 해.
그러니 가끔 무력감이나, 존재의 가벼움이나,
무의미 같은 것들이 너를 누를 때,
나를 기억해줬으면 해.
네 덕분에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나를 말이야
생각지도 못한 곳에 구원이 있을지 몰라.
찾았다가 잃어버릴 수도 있고,
더 큰 절망을 느낄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 순간 마저도 우리는 손을 잡고 있자.
온기를 나누고 계절을 느끼자.
같이 웃고, 울기도 하자.
마음 한 구석에 든든한 존재감을 느끼며
함께 살아가자.
고마워.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