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완전히 무너질 준비가 되었다.
얼마간의 얕은 파도가 반복되면
모래성처럼 얼기설기 쌓인 불안과 잡념들은
스르르 무너져 내린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남은 것은
고르게 펴진 모래
곱게 갈린 자갈들
도화지 같은 마음
잔잔히 오가는 파도에
마음을 내어주니
제 자리를 찾아 가라앉으며
하얗게 비워진다.
무엇으로든 채울 수 있는
그곳에
예쁜 돌 하나,
조개껍질 하나,
그리고 설레는 마음 하나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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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파도가 머문 뒤,
하얀 모래사장 앞에 설레는 하얀 마음